삶은 선물입니다. (이지선 작가)

2017-10-25     김지한

 

저는 16년 전에 사고를 만났어요. 아까 영상에서 보신 것처럼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사고를 만났습니다. 저는 뉴스 기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고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음 길을 가게 해주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불행을 만나서 주저앉은 것이 아니라 많은 선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3도 화상이라는 말은 피부가 재생될 능력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피부가 생겨나지 않기 때문에 다치지 않은 곳의 피부를 떼어내서 이식해야 합니다. 붕대가 완전히 감염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소독을 받아야 했고, 피부는 정말 아팠습니다.

어느날 누워만 있던 제가 앉게 되었는데. 앉아서 보니 제 다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살색 피부가 없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못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는 상처를 보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하시면서 밥을 입으로 넣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저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에 살을 입히시고 힘줄을 넣으시고 가죽을 덮으시고, 생기의 영을 불어넣으셨을 때, 그 마른 뼈들이 하나님의 군대가 되게 하셨던 주님, 이 밥이 지선이의 살이 되고 피부가 되게 해주세요”

 

어느날 재밌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재밌지 않았습니다. 사고 전에 비하면 너무나 달라져있는 현실을 보게 되었고, 절망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선택은 두 가지 중에 하나였습니다. 옥상에 올라가거나 하나님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 교회에 데려가 달라고 했습니다. 맨 앞에 앉아서 저 어떻게 하실 거냐고 몇 시간을 물었습니다.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시다는 사실이 그렇게 야속할 때가 없었습니다.

주일에 제가 함께 하던 성가대가 찬양을 하고 있을 때, 저에게는 떨어질 바닥조차도 없어 보였습니다. 앉아서 찬양을 부르기도 싫고, 목사님의 말씀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나도 좀 알면 한번더 살아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마지막인 것처럼 기도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이 오셔서 기도해 주셨습니다사랑하는 딸아,” 시작한 목사님의 기도그것은  이상 목사님이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너를 세상 가운데 세울 것이다.”,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는 사람이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디 하나 나아진 곳도 없었고,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그런 약속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다시 한번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사고를 만난 날부터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과거모습과 현재모습의 괴리를 이기게 되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너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도와줄게'라고 말하는 가족이 있었고, 덤으로 사는 것,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날개 아래 지켜졌던 생명이 내게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삶은 정말 드라마틱했습니다. 손끝이 타서 조금씩 절단을 했습니다. 수술받고 정말로 짧아진 손을 쳐다보는 순간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선물해준 노트북을 가지고 남아있는 엄지손가락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선아 사랑해'라는 민망한 제목으로 책을 냈습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생명과 은혜에 대해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았던 나의 손이 의미있는 것을 나누는 손이 되게 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약을 먹어서 그만 살고 싶어했는데, 나의 글을 보고 다시 살아보겠다고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제 몸에만 남은 흉터와 상처를 하나님이 쓰시니까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통로가 되었습니다.

푸르미재단의 홍보대사를 11년째 맡고 있습니다. 홍보의 일환으로 마라톤을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준비, 훈련도 없이 마라톤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동네도 뛰고 걷고 했더니 1시간에 8km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5시간 걸으면 완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라톤 전날 코스를 버스 타고 돌면서 그 코스가 얼마나 먼지 알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있었던 마라톤인데 전세계에서 4만명의 마라토너가 왔었습니다. 양쪽 길가가 완전히 막혀 있었고, 뉴욕 시민들이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이 분들은 나를 뛰라고 응원하는 건데, 걷기가 민망했습니다. 하프를 완주했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도 지하철역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힘들다고 바리게이트 뛰어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맨하탄까지 가면 더 색다른 응원이 있다고 했습니다. 체온이 조금씩 떨어지고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을 할 때, 저를 기다리고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EZSun 파이팅이라는 피켓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거기까지 내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이 양심이 있지 거기서 그만 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 순간 다리에 힘이 생겨서 쭉쭉 뻗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7시간 22분의 기록을 풀코스를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들어오기 10m 전에 재단 이사장님이 태극기를 주셔서 1등처럼 피니쉬 라인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물으셨습니다.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정말로 중요하고 영원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수많은 거짓된 것이 눈을 가리지 않고 진리를 볼 수 있는 보물을 주셨습니다. 어느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은 피부를 가졌지만, 제 안에 영원한 행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