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직장생활을 할 때 직장에서 기회를 주어서 가족들과 '백조의 호수'란 발레를 관람한 일이 있었다. 관람을 했던 추억을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도중 아이가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발레학원에 갈 수 없음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책을 사주기로 하고 가까운 중고서점에 갔다.
우리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책들을 보며 미소짓기 시작했다. 딸 아이와 발레에 대해 이야기를 해서 일까? 책꽂이 한편에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란 강수진씨의 책이 눈에 띄어 책장을 넘기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팔방미인 혹은 멀티태스킹이라 하여 다방면에 걸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는 세상이지만 나는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특히 나에게 있어서 발레는 더 그렇다. 토슈즈(발레신발)를 하루에 네 켤레나 갈아 신을 만큼 매일 열여덟 시간의 피나는 연습에 몰두했다. 하루하루가 땀과 눈물의 연속이다. 하루에 열여덟 시간씩 연습하며 한 시즌에 200~250개씩 토슈즈를 바꿔 신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수준의 강행군이었다. 그러다 보니 슈투트가르트 극장의 토슈즈 물품 담당자가 찾아와 제발 토슈즈 좀 아껴 신으라고 충고한 적도 있을 정도였지만, 대신 나의 발레 실력은 이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확연하게 성장해 있었다.'
과학, 기술이 아닌 업종에 대한 지식화
경영과 마케팅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 에서 소위 '1만시간의 법칙'으로 매우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즉 누구나 어떤 일에 든 1만시간 이상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분야에서나 어느 정도 성취를 거두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기업의 한 분야에서 집중한 전문성과 사회적 흐름, 환경, 과학, 기술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잘 융합해서 특출한 성과를 올리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룬 사례가 바로 테트라 팩 이다. 지금 경피미 매거진을 읽으며 우유를 마시고 있다면 어쩌면 그 우유팩은 테트라 팩의 제품일지도 모른다. 하루의 권장 섭취량에 맞춰 만든 야채 및 과일 주스를 마신다면 그 용기도 테트라 팩의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한국야쿠르트, 정식품 등 국내 대다수 식음료 및 유가공 업체가 테트라 팩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테트라 팩은 2012년 기준 전 세계에 약 1,730억 개의 포장 용기를 공급하는 스웨덴 회사이다. 1940년대 다국적 회사인 테트라팩사(社)는 독창적인 판지 상자를 생산하여 음식 및 음료 산업에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테트라팩사(社)는 1951년 스웨덴의 루벤 라우싱(1895~1983)과 에릭 발렌버그(1915~1999)가 설립하였다. 라우싱과 발렌버그는 1943년 이전에 유리병 형태로만 판매되며 이동과 보관에 불편함이 있는 용기의 우유를 새롭게 담을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두 사람은 If ~ Then 즉 “만약 최소한의 물질로 위생적인 용기를 만들 수 있다면 고객과 기업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우유를 유통하고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 목표를 실행하여 종이, 폴리에틸렌,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하여 테트라 팩을 만들었다.
전문지식이 글로벌의 기회를 만든다.
최초의 디자인인 ‘테트라 클래식’은 1952년 출시되었다. 테트라 클래식은 네 개의 면을 지닌 삼각뿔 형태의 피라미드 모양 우유 용기로, 스웨덴에서 판매되었다. 출시될 당시 시장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지속적으로 디자인을 개량하여 1959년 직사각형 모양의 ‘브릭카톤’을 생산하였다. 1961년에는 알루미늄 층을 추가하여 최초의 무균화 포장 용기가 제작되었다. 테트라 팩은 짧은 시간 동안 가해지는 고온 살균 기법으로 유제품 및 주스의 유통기한을 현저하게 늘렸으며 냉장 보관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또한 더욱 쉽고 저렴하게 제품을 배송할 수 있게 되었다. 테트라 팩은 계속해서 발전되어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수많은 용기들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2003년 테트라팩사(社)는 새로운 빨대인 ‘감각 빨대’를 출시하였다. 감각 빨대는 음료를 빨면 네 방향으로 음료가 입안에서 분출되도록 고안된 것이다. 테트라팩사(社)는 또한 살균 포장 부문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처럼 세계에는 오랜 세월 한 가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살아남은 기업이 의외로 많다. 중국의 한방 제약회사 통런탕은 1669년 개점 이후 지금까지 300년 넘게 한방 분야만 파고 들었다. 독일의 벤타 에어워셔는 독일 에어워셔 시장에서 점유율 80%가 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 하고 있다. 1인 기업으로 1981년에 시작한 벤타 에어워셔는 20여 년 동안 에어워셔만 개발 및 판매하였다. 또한 1978년 하난코비라는 유통회사로 출발한 락앤락 김창호 전대표는 “전세계 가정의 냉장고에 한국의 락앤락 제품이 하나씩 들어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 숫자가 엄청나겠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를 내 다른 분야는 다 버리고 냉장고용 밀폐용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라고 이야기 했다. ‘less is more’ 라는 표현은 ‘빼는 것이 더하는 것’, ‘부족한 것이 더 넉넉한 것’ 이라는 의미이다. less is more 전략을 통해 락앤락은 600여 가지 제품을 판매할 때 보다 밀폐 용기 하나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 쉬운 게 아니다. 일단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은 기본이고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갈 뚝심과 끊임없는 혁신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