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칼럼 : 방선기 목사 (직장사역연합 대표)
![영화 '불한당' 중 한 장면. [이미지=영화 포스터 캡쳐]](/news/photo/201911/3009_11709_2635.jpg)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사용하던 말 중에 불한당(不汗黨)이란 말이 있었다. 그 당시에 불량배들이나 폭력배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나는 한자를 잘 몰라서 그 말의 원래 의미를 몰랐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자로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의 무리” 라는 뜻이었다. 그런 어원을 보면 그 말은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동시에 정상적인 사람은 땀을 흘리면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단어를 통해서 일과 땀과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 즉 일하는 사람은 땀을 흘리게 되며 땀을 흘리는 사람은 일하는 사람이다.
땀을 훌리는 일은 1차적으로 육체노동을 의미한다. 이것은 과거의 농경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현대사회에서도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일을 의미한다. 잠언에는 “밭을 가는 사람은 먹을 것이 넉넉하지만 헛된 것을 꿈꾸는 사람은 찌들게 가난하다.”(잠28:19)는 말씀이 있다. 땀을 흘리면서 일하면 부를 이룰 수 있지만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은 부를 이루지 못한다는 말씀인데 이 말씀에서 육체노동의 가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브런치]](/news/photo/201911/3009_11711_2939.jpg)
현대 사회는 기술문명의 발달과 디지털화로 인해 실제로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육체적 노동 외에 정신적인 노동을 하거나 요즈음 많이 거론되는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물리적인 땀은 흘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더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땀을 흘리는 일은 2차적으로 물리적인 땀은 흘리지 않지만 그 이상의 수고를 필요로 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런 일도 넒은 의미에 땀을 흘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일하는데 많은 수고가 필요한 모든 일은 땀을 흘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원래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한 후에 땅을 정복하고 만물을 다스리라고 했을 때(창1:28) 사람은 그 일을 정말 즐겁게, 신나게, 의미있게, 또 재미있게 해냈다. 아담이 에덴동산에 일할 때 정말 행복했다. 그가 일하면서 육체적인 땀은 흘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흘린 땀은 고통과 수고의 땀이 아니라 즐거움과 행복이 땀이었다. 그런데 아담이 죄를 지으면서 죄의 결과로 땅이 저주를 받게 되고 사람이 하는 일에 고통이 따르게 되었다. ”이제 땅이 너 때문에 저주를 받을 것이다. 너는 죽는 날까지 수고를 하여야만 땅에서 나는 것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창3:19) 이때부터 사람이 흘리는 땀은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의미하는 것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 저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이 저주로부터 회복을 시작했지만(골1:20) 여전히 사람들은 일하면서 땀을 흘리는 수고를 해야 한다. 다만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통해서 구원받은 크리스쳔들은 땀 흘리는 수고를 주께 하듯해야 한다.(골3:23) 그것이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벧전2:21)
![[이미지 출처=영동성서침례교회]](/news/photo/201911/3009_11712_3327.png)
육체노동을 비롯해서 고통이 따르는 일들을 주께 하듯 해야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일에 적성에 맞지 않거나 그것을 감당하기에 신체적인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땀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그런 노동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 이런 노동은 인생을 통해서 좋은 경험이 되고 영적으로는 좋은 훈련과정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이 공적인 사역을 하기 전에 율법수업을 하지 않고 목수라는 노동을 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나는 7년 전부터 프랑스에 있는 미션 디모데라는 공동체 교회와 교류를 하고 있다. 그곳을 방문하면서 가장 도전이 되었던 것은 다음세대의 지도자를 세우기 위해서 젊은이들을 위한 공동체 훈련을 3년에 걸쳐서 하는 것이다. 이 훈련과정에는 성경과 신학공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노동에 참여하고록 한다. 남성들은 건축이나 건물보수, 목공일 하기도 하고 자동차 정비를 한다. 여성들은 부엌 일이나 건물관리나 빨래나 재봉과 관련된 일을 한다.
![미션디모데 공동체 일원들의 모습. [출처=CGN TV]](/news/photo/201911/3009_11713_3815.jpg)
개중에는 훈련을 마친 후에도 그 영역의 일을 지속하는 사람도 있지만 설교자가 되거나 다른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그런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동체에서는 목회자든 설교자든 또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든, 가정주부로 살게 되든 교회의 지도자가 되는데 육체 노동은 필수적인 훈련과정을 생각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문자 그대로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나도 신학공부할 때 경제적인 필요 때문에 다양한 노동을 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신학교에서 공부한 것보다 내게 더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교회에서는 신학훈련을 하든지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하든지 땀을 흘리는 일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육체노동의 영적인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의 만연한 청년실업을 비롯한 실업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땀의 가치를 조금 이해하게 된다면 실업의 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육체노동을 먹고 살기 위해서 감수해야 할 고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땀을 흘리는 일이 젊은이들에게 영적인 훈련이 될 수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일시적인 소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크리스쳔 젊은이들은 실업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진 방선기 목사 / 현) 직장사역연합 대표
전) 도서출판 한세 대표
전) 두란노 편집부장
전)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컬럼비아 대학교 교육학 박사
저서
《직업-3M》(도서출판 한세)
《크리스천@직장》(도서출판 한세)
《비전》(도서출판 한세)
《일상생활의 신학》1,2(도서출판 한세)
《평신도》(도서출판 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