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시대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비즈니스와 소비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시대다. 이들은 전체 노동 시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왜(WHY)’이다. ‘왜’가 명확하지 않으면 동기부여도 설득도 어렵다. 이전 세대는 ‘왜 이걸 해요’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왜’라는 질문을 항상 답변할 수 있어야 소통이 가능하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절박하고 치열하며 또 일을 열심히 한다. 자기 계발도 잘 한다. 그 기저에는 ‘불안감’이라는 정서가 있다. 물론 기존 세대와 차이는 있다. ‘조직에 헌신’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력 쌓기’에 관심이 더 높다. 그만큼 밀레니얼 세대는 일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들에겐 건강을 지키고 공부를 끊임없이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현재 같은 저성장 시대에도 이런 밀레니얼 세대 고객들과 직원들을 잘 이해하는 ‘밀레니얼 CEO’들은 밀레니얼 새대에 대한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의 기회를 창출하는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정체된 시장에서 비효율과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아 시장의 흐름을 바꾼다.
‘일하는 밀레니얼 세대’ 타깃으로 지속적인 시장조사 하는 ‘퍼블리’…마음속 불편한 생각들 밖으로 꺼내 이야기할 수 있는 전 직원 ‘한시간’ 일대일 미팅도 진행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소령(39) 대표는 지난 2015년 ‘지식 충전’으로 교육 시장을 바꾸겠다는 포부로 지식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를 창업했다. 미디어와 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디지털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유료 콘텐츠 모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월 2만1900원에 모든 글을 볼 수 있는 구독 모델을 만들었다.
유료 구독 서비스 퍼블리는 ‘일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타깃이다. 지속적으로 밀레니얼 고객들에 대해 시장 조사를 해 왔다. 퍼블리의 전 직원도 밀레니얼 세대다. 전 직원이 밀레니얼인 퍼블리의 조직 문화 또한 남다르다. 먼저 출퇴근 시간이 아예 없다. 별도의 근무 시간을 정해 두지도 않는다. 어떤 어떤 결과물을 냈는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냈는지 만을 가지고 평가한다.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투명성’이다. 퍼블리는 재무 정보를 비롯해 회사의 주요 정보들 뿐 아니라 타 부서의 업무 흐름, 개인의 스케줄 등이 구글 캘린더와 메신저 ‘슬랙’을 통해 전부 공개된다. 마음속에 있는 불편한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인적자원관리(HR) 직원이 전 직원과 일대일 미팅을 한 시간 이상 갖고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퍼블리는 무엇보다 회사가 지향하는 미션·비전·전략을 개개인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얼라인먼트(alignment)를 중시한다. ‘어떤 사람이 퍼블리 팀과 문화적으로 잘 맞는지’ 채용 과정에서 확인한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 ‘퍼블리의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 ‘항상 배우는 사람’, ‘팀과 함께 일하는 사람’,‘목적을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 등의 가치(Value)와 적성(Aptitude)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러한 특성이 있는 사람들을 채용한다.
밀레니얼 세대 눈높이 맞춘 독서모임 ‘트레바리’…‘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강조하지 않지만 대표에게 직접 부정적인 이야기 전할 정도로 건강한 구조 만들어

오로지 독서 모임을 위해 마련된 ‘트레바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4개월에 21만~31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또한 돈을 내도 정해진 시간 내에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모임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모임에선 실제 대화와 토론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유료 독서 클럽 트레바리의 윤수영(32) 대표는 지난 2015년 4개 클럽, 80명의 멤버로 시작해 현재 6000명의 멤버, 누적 회원 수 4만 명을 자랑하는 독서 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트레바리의 기업 미션은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와 긴밀히 연결 돼 있다. 막강 포탈 ‘다음(Daum)’의 공채 사원이던 윤수영 대표는 다음에서 모바일 콘텐츠 기획자로 1년간 일하면서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가 급변하는 것을 목격했고, IT산업의 트렌드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보다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했다. 트레바리 경영의 최고 가치는 ‘지속 가능한 회사를 넘어 사회 전반적인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트레바리에서 일하는 40여 명의 직원들은 25~35세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다. 윤 대표는 트레바리 직원들이 절대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자기 스스로를 위해 일하라는 것이다. 그는 “좋은 인재를 잃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레바리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따로 강조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이 대표에게 직접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할 정도로 건강한 구조다.
트레바리는 ‘다양성’을 중시한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도 섣불리 일반화할 수 없고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성’에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인류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회사, 우리 회사와 맞는 직원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 트레바리는 직원을 채용할 때 최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트레바리의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미션에 동의되지 않는다면 같이 일하는 게 재미없을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내리고, 경영자(CEO)는 ‘재미’를 추구하며, 직원들은 ‘본인의 성장’을 목표로 일하는 회사 ‘마일리얼트립’…직원‧주 고객 모두 밀레니얼 세대

34세의 CEO 이동건 대표의 트래블 테크 기업 ‘마이리얼트립’의 직원 평균 연령은 30.01세다. 직원 130여 명은 모두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경영자(CEO)는 ‘재미’를 추구하며 일하며, 직원들은 ‘본인의 성장’을 목표로 일하는 회사다. 밀레니얼 세대인 CEO와 조직원이 운영하는 회사인 마이리얼트립의 주 고객 역시 밀레니얼 세대다.
이동건 대표는 ‘경험’보다 ‘유연성’을 중시 여긴다. 그는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고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 완전히 뒤집히는 시대에서는 경험보다 새로운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마이리얼트립의 모든 의사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해 이뤄진다. 직급과 상관없이 모두가 데이터에 접근해 일한다. 어제 들어온 신입도 모든 지표를 바로 확인해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마이리얼트립이 선호하는 인재는 첫째로 회사의 중심 가치인 ‘고객 지향’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 둘째는 편안한 목표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사람, 셋째는 우선순위 설정에 능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유능한 인재일수록 ‘일의 의미’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며 “회사는 조직원이 성과를 냈을 때 그에 상응하는 성취감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직원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 일 이외 다른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밀레니얼 CEO의 역할이 아닐까.
사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얼마나 안정적이냐’가 아니라 ‘내 성장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다. 그렇기에 개인의 성장을 위해 회사도 역시 성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성장하는 회사에 속한 직원들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반면 회사가 성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성장에 목마른 밀레니얼 인재들도 결국 놓치고 말 것이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이 성장할 수 있던 이유도 여행 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때문”이라며 “경영자가 아무리 의지가 넘치고 구성원들이 노력한다 해도 시장의 평균 성장률을 이기기 어렵다”고 전했다.
20조원 식대관리 시장 개척한 밀레니얼 세대 스타트업 ‘벤디스’…“밀레니얼 CEO는 삼국지 ‘유비’처럼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 일 잘하게 해 주는 리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하는 오피스 푸드테크 기업 벤디스의 회의에는 원칙이 있다. 미리 공유된 회의록의 Q&A로만 진행하며 회의 시간은 15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무의 자율성도 일의 진행 과정에 따라 다르게 보장된다. 기획은 가볍게 의사결정은 무겁게 한다. 창업 7년차인 조정호(34) 벤디스 대표는 점심시간에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미팅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저녁 식사 시간은 영업 기회로 활용한다. 벤디스는 그동안 아무도 추산하지 않았던 20조원 규모의 식대 관리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이다.
벤디스는 지난 2014년 종이 식권과 식대 장부 등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고 있던 기업 식대 시장을 모바일로 옮겼다. 벤디스가 운영하는 모바일 식권 관리 대장 서비스 ‘식권대장’은 현재 360개 고객사가 사용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 CEO인 조 대표는 아이폰이 탄생한 2007년에 대학생이었고, 카카오 등 모바일 벤처 붐이 일기 시작하던 2010년 이후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조 대표는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이 변할 때마다 리더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며 “환경이 변하는데 조직 체계나 리더십이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창업 초기 조 대표는 모든 권한을 직원들에게 위임했다. 벤디스의 초반 조직 문화는 자유보다는 ‘방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50명의 팀원이 생기면서 관리 체계와 시스템에 대해 고민 중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 후발 주자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 조 대표는 ‘꾸밈’보다 ‘솔직함’을 강조한다. 그는 “리더의 역할은 ‘삼국지’의 유비와 같다”며 “유비는 뛰어난 장수도, 지략가도 아니었지만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활약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그들이 모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이 일의 가치를 ‘성장’에 둔다고 설명한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 경력직 직원들은 첫째로 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와 둘째로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며 “대표가 이 질문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으면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방법론적으로 조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평가’와 ‘보상’이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명확한 평가와 보상을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바를 인지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