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범위? 내 슬리퍼가 닿은 곳까지
O2O · 슬세권 시너지로 직매장 시장 매출 317억 원→ 5,206억 원으로 증가
'가정 내 세탁기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 코인워시 1,000호점(2021년 1월)을 돌파한 크린토피아 창업자 이범택 회장의 사업 비전이다. 원룸 옵션에서도 이제 세탁기는 필수 항목이 아니다. 얼마나 가까이에 무인 빨래방이 있느냐가 오히려 필수 항목이다. '집'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소비 트렌드 전망으로 소개한 확장 레이어는 집의 기능이 집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집 근처(약 400m), 인근 동네로 넓어지며 상호작용하는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집'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되고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직주근접(職住近接)에서 직주일치(職住一致)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출근을 못 하게 되자 '서재'가 '회사'로 강제 변환되었다. 직주근접(職住近接,직장과 집의 거리를 가깝게 한다는 뜻)에서 순식간에 직주일치(職住一致, 직장과 주거 공간이 일치한다는 뜻)가 되면서, 직장인들에게 집은 퇴근 후 쉬는 공간인 동시에 사회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었다. 2020년 7월 '코로나19 이후 근로 형태 및 노동환경 전망'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의 75%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51.1%가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유연근무제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급작스레 재택근무로 변환하게 된 직장인은 임시로 서재를 회사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집에서 일할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공간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던가, 아니면 새로운 디자인의 주택으로 탈바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 집'은 내 슬리퍼가 닿은 곳까지
서재뿐만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탁기는 이제 집 안에 두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빨래방을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집 영역이 확장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역세권이 아닌 슬세권을 찾으며 현관문까지가 우리 집이라는 개념이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까지가 집이 되고 있다. 슬세권에 위치한 편의점을 '우리 집 냉장고'라고 부르며 필요한 재료는 슬리퍼를 신고 가 편의점에서 꺼내 온다. 필수품으로 인지되어오던 냉장고마저 없앨 수 있다는 발상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유연해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CU와 GS25 같은 편의점에서는 도보 배송 서비스를 도입 중에 있다. 오토바이 배달과 달리 교통 체증으로부터 자유로운 도보 배송 서비스는 같은 동네 주민인 배달원이 집 근처 가게에서 요청한 물품을 구매해 가져다주는 것이다. 도보로 이동하기에 신속하다는 장점을 가진 이 서비스를 통해 O2O(Online to Offline)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돋보여졌다.

O2O · 슬세권 시너지로 직매장 시장 매출 317억 → 5,206억 원으로 증가
O2O와 슬세권의 시너지 효과로 로컬푸드 직매장이 큰 수혜를 얻었다. 직매장들의 7년 만에 매출이 317억 원에서 5,206억 원으로 순식간에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커머스의 장이 크게 열리면서 그 성장의 가속도를 더했다. 세종시의 '싱싱장터'는 2015년에 설립되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2020년 8월 누적 매출 1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전남 도내 로컬푸드 직매장 49곳의 상반기 매출도 534억 4,500만 원을 기록하며 전 년 동기 대비 56.3%나 대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화하는 '집'에 대한 여파로 슬세권을 통한 인근 동네 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술이 더해지면서 집의 영역이 계속해서 확장된다.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회사'가 변화하면서 '집'이 변화돼 가고, 이는 소비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