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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하는데 2주, 퇴사하는데도 2주? 넷플릭스, '부검 메일'로 퇴사 문화 만들어
채용하는데 2주, 퇴사하는데도 2주? 넷플릭스, '부검 메일'로 퇴사 문화 만들어
  • 정병준 객원기자
  • 승인 2021.05.12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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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는 직원 통해 조직의 문제점 '부검'해
퇴사 내용 공유해 회사의 투명성 높여... 더 나은 문화 만드는 데 기여
부검 메일 작성 중 오해 풀어 퇴사 막기도... 떠나지만 회사와 좋은 관계 유지해

직장 생활 중 퇴사를 고민하고 떠나야 하는 상황은 꼭 생기기 마련이다. 기업 입장에서 '떠난다는 것'은 긍정적일 수만은 없기에 조직 내에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퇴사는 한순간이지만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진행하는 채용 과정은 이력서 지원부터 면접까지 최소 2주의 시간이 든다. 부정적인 퇴사문화를 넷플릭스는 다르게 접근했다. 퇴사하는 직원을 통해 회사 내부를 점검하는 퇴사 문화인 부검 메일(Postmortem e-mail) 제도다. 

퇴사문화를 통해 조직을 돌아볼 기회를 생각한 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퇴사하는 직원 통해 조직의 문제점 '부검'해

넷플릭스는 부검 메일의 목적이 퇴사자에 대한 사내 공유가 아니라 '부검'의 뜻 그대로 조직 문화를 '부검'하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문제가 있으면 수정하고, 채용할 때 참조 자료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퇴사 당일 동료들에게 몇 가지 요소를 갖춰 메일을 보낸다. 메일 작성에 참여하는 사람은 퇴사하는 직원, 직속 상사와 인사 담당 직원이다. 이직이든 해고든 사유에 상관없이 작성되는 이 이메일에는 다섯 가지의 내용이 담긴다. 
① 왜 떠나는지 : 다른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② 회사에서 배운 것 : 새로 배운 것, 경험한 것 
③ 회사에 아쉬운 점 : '넷플릭스가 이랬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을 전제로 쓴다. 
④ 앞으로의 계획 : 어느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할지 
⑤ 넷플릭스의 메시지 : 직원을 떠나보내는 넷플릭스의 입장.

부검메일 작성에 최소 2주가 필요하다. (사진=넷플릭스 잡)

떠나는 이유는 '넷플릭스 10가지 가치'에 입각해 작성하되 직원이 원치 않는 내용은 넣지 않는다. 다만 직원의 잘못된 행동으로 회사가 피해를 봤다면 예외다. 실제로 PR 최고 책임자 조나선 프리드랜드는 인종차별 발언을 두 번이나 해 해고당했다. 그는 사과의 편지로 부검 메일을 대신했다. 

중역급이 퇴사하면 부검 모임(Postmortem meeting)을 열기도 하며 함께 일한 직원들에게 왜 퇴사하게 됐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퇴사'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불편하다. 넷플릭스 직원들 76%는 부검 메일 제도에 동의했으며,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단 모든 직원이 부검 메일을 받아보는 것은 아니다. (사진=언스플래쉬)

퇴사 내용 공유해 회사의 투명성 높여... 더 나은 문화 만드는 데 기여

넷플릭스는 '자유로운(at-will)' 고용 제도를 가지고 있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 부검 메일은 불필요한 소문과 직원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부검' 메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퇴사의 원인을 파악하고 공유해 더 나은 문화를 만들기 위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성찰해보며 남아있는 직원을 위해 고민한다. 과거 고객서비스 부서에 연달아 3명이 퇴사를 했고, 부검 메일을 통해 부서 팀장이 불공평하게 직원을 평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팀장은 해고됐고 넷플릭스는 추가 퇴사자를 막을 수 있었다. 

부검메일은 조직을 방해하는 방해요소를 찾아 제거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언스플래쉬)

부검 메일 작성 중 오해 풀어 퇴사 막기도... 떠나지만 회사와 좋은 관계 유지해

부검 메일을 작성하다 결정을 번복하는 직원도 있다. 메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사와 의논하다 쌓였던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회사와 합의점을 찾기도 한다. 

전 넷플릭스 엔지니어 어니 탬은 메일을 쓰며 "처음 입사했을 때의 열정이 떠올랐고, 얼마나 스마트한 사람들과 함께 일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등이 떠올랐다."라고 전했다. 떠나더라도 자아성찰의 시간이 되고, 뒤탈 없이 정리하고 나올 수 있는 문화로 회사와 좋은 관계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관계를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 오해를 풀어 퇴사를 막기도 했다. (사진= 펙셀)

부정적이었던 퇴사 문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 더 나은 조직을 만들 수 있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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