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뇌는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몸이 익숙한대로 행동합니다. 예를 들면, 일상에서 가는 길로 주로 가고, 주로 대화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주로 마시는 음료를 주문합니다. 몇 주간 진행되는 교육을 강사로 참가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참가자들이 신기하게도 처음에 앉았던 자리에 그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앉는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생활에 밀접한 ‘익숙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인 ‘적응’이란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적응’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주위와 조화를 이루는 상태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위와 조화를 이루는 상태가 되면, 우리는 ‘안정감’이란 심리적 보상을 얻습니다. 심리적 보상은 그 상황에 동일한 행동을 유도합니다. 단지 행동만 그럴까요? 우리의 감정은 어떨까요? 아침에 일어날 때 주로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점심과 저녁에는요? 월,화,수,목,금,토,일요일 특정 시간대에 느끼는 감정도 익숙함의 관점에서 볼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마음이 새털처럼 가볍습니다. 토요일 아침 늦게까지 자고, 오후에도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기대감에서 오는 가벼움때문일 것입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어떨까요? 월요일 모든 일과의 시작이라는 생각과 목표에 대한 부담감이 확 와 닿습니다. 아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 마음에서 오는 부담이 육체의 부담으로 전이됩니다.

‘익숙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이란 보상이 도전을 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실패라는 ‘두려움’보다 크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익숙함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전했다가 지금의 상태마저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변화에 있어서 강력한 걸림돌이 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조직에서는 새로운 것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요구하지만 직원들은 먼저 나서지 않으며, 누군가 나서서 그런 변화를 이끌려고 하면, 그 외의 사람들은 부정적 생각들을 하곤 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동료의 도전적 의견에 실패할 때에 따를 수 있는 위험(risk)을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전에 실패했던 경험들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것이 위험관리의 측면에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결정에 작용한다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어떤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없는 공항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런 익숙함 속에 있다보면, 조직의 목적을 상실해버립니다. 우리가 이 일을 왜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사라진지 오래고, 단지 “생존”을 위한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생존”의 익숙함 vs. “새로움”의 익숙함
“생존”을 위한 익숙함 속에만 머물러 있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의 기회를 잃게 될 것입니다.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는 바로 “새로움”입니다.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런 상태가 우리의 “생존”을 넘어 활기있게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들입니다. 같은 길을 가지만, 그 길에서 잠시 멈추어서 예쁘게 핀 꽃을 의미있게 볼 수 있다면 새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대상을 만나지만 그에게서 몰랐던 인생의 춥고, 따뜻했던 사건을 의미있게 들을 수 있다면 새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감사”(gratitude) 입니다. 감사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감사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바로 “선물”(gift)입니다.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선물을 길을 가다가, 사람을 만나면서, 일을 하면서, 식사를 하면서 끊임없이 매 순간 발견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그대로인 삶을 “생존”이 주는 진부함에서 “새로움”이 주는 기쁨으로 새롭게 볼 수 있습니다. “감사”가 익숙해지면 그 개인과 조직의 삶이 어떻게 될까요? 우리안에 있는 생명력있는 지금이란 시간을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작은 것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호부터 감사를 익숙하게 만든 사람과 조직의 특징들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글. 한건수 대표 (G.lab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