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 졸업 후 부산에 위치한 조그마한 식품물류회사 전산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나는 개인적으로 복잡한 사정이 있어 신앙도 바닥이었고, 구직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작은 회사의 열악한 현실에 직면하였다. 낮은 연봉에 열악한 근무 여건이 그렇지 않아도 낮아질 대로 낮아진 나의 자존심을 더욱 망가뜨렸다.
3개월 정도 지났을 때에 나는 하나님께 그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기도했다. 들어갈 때는 내가 마음대로 선택해서 들어간 회사였지만, 그 사이에 믿음도 회복되었고 개인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기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고 떠나고 싶었다. 한 달 정도 기도하면서 기다렸지만 하나님은 별다른 응답을 주시지 않았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떠나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 졌다.

이 문제에 대해 하나님은 아침 큐티 말씀을 통해 응답을 하셨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시 37:7).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하나님께서 나에게 퇴직 문제에 대하여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기도할 때마다 계속 이 말씀이 생각났다. 나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시간이 몇 주 흐르는 사이 내 마음 속에는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다시 하나님께 이 회사를 그만 두고 싶다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받았던 시편 말씀은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고 합리화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분주한 아침이었다. 업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컴퓨터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 내가 했던 업무는 아침마다 수백 곳의 편의점에 수백 종류, 수천 개의 상품을 소분하는 자료를 취합하여 인쇄하는 일이었다. 컴퓨터가 고장 나면 상품 소분이 되지 않아 배송이 지연되고, 편의점 점주들의 항의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질책이 이어지는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작은 회사였기에 비상시에 작업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도 없었다.

처음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있었기에 마음에도 여유가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갔다. 컴퓨터가 고장난지 한 시간이 지나자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또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이 컴퓨터를 작동시켜 주시면 회사에 남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 줄로 알고 순종하겠습니다.” 기도하자마자 머리속에서 컴퓨터를 고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반짝 떠올랐고 일 분 만에 고치게 되었다. 그 과정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허탈하기까지 했다.
나는 하나님의 분명한 뜻을 확인하고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 회사에서 일 년 수개월 정도 근무했다. 그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께서 왜 남으라고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회사 총무과로 내 또래의 남자 직원이 새로 입사했다. 나와 그 친구는 쉽게 친해 졌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빨리 알아갔다. 나는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여자 친구와도 친해졌다. 그들을 전도해서 교회로 이끌어 신앙생활을 함께 했다.
그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내게는 답답하고, 손해 보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내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말씀하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순종하였을 때, 하나님은 준비된 나를 통해 영혼을 구원하셨다. 하나님은 우리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이루신다.
글. 강하룡 목사 (전인성장연구소 대표, 예함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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